이 글은 지방 카페 슈퍼바이저 후기 인 개인적인 경험을 정리한 글입니다.
수도권 대형 프랜차이즈 기준이 아니라, 지방에서 실제로 일자리를 찾고 현장을 겪었던 입장에서 작성했습니다.
정답 이라기 보다는 제가 지나온 과정과 느낀 점에 가깝습니다.
3화에서 이어진다.
어떤 회사를 다니든 이제 막 입사한 신입 2명이 바로 팀장급처럼 움직이게 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3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선임 2명이 한 번에 우리와 교체된 상황이었다.
슈퍼바이저 부서를 제외한 다른 부서 사람들이 우리를 안타깝게 보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우리는 이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우선 이 회사도 다른 여러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아침마다 모든 부서가 모여 회의를 했다.
그날 해야 할 일이나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부서별로 공유하고, 대표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하지만 며칠 아침 회의에 참석해 분위기를 보니, 참 묘했다.
오래 근무한 부서들을 제외하고, 연령대가 낮은 부서의 직원들은 이상하게 대표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회의가 시작되는 순간, 대표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일을 하겠다고 계획을 이야기하든, 대부분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침 회의는 말 그대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 부서도 마찬가지였다.
입사 후 며칠 동안은 서류 작업과 기존 자료 정리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슈퍼바이저 업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도 대표의 반응은 늘 탐탁지 않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치만 보게 되었다.
같이 입사한 여성 슈퍼바이저 동기도 아침 회의에서 발표하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부서가 있는 앞에서 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일은 일상처럼 반복되었고, 말투나 분위기에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다.
이건 우리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부서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어떤 부서가 혼날까.
오늘은 어떤 사람이 모두 앞에서 무안해질까.이런 분위기가 반복되다 보니 아침 회의는 거의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한 달 정도 지나니 사람이 점점 주눅 들어 있었다.
이걸 해도 어차피 혼나겠지.저걸 말해도 또 마음에 안 들어 하겠지.
어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더 크게 흔들렸던 것 같다.
한마디로 멘탈이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지났을까.
같이 입사했던 여성 슈퍼바이저 동기가 퇴사를 결심했다.
나도 나가고 싶어 죽겠는데, 먼저 나간다고 하니 이상하게 배신감도 들었다.
동시에 혼자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되었다.
나도 얼른 다른 사람을 채용해달라고 말하고, 인수인계를 한 뒤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혼자가 되었다.
혼자가 된 상황에서 회사는 박람회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회사는 주기적으로 커피 박람회에 참가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연히 참가해야 했다.
문제는 슈퍼바이저팀에 이제 나 혼자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박람회 관련 업무도 내가 맡게 되었다.

서울, 부산 등 큼직큼직한 커피 박람회는 거의 다 참가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다른 업체들도 보고, 커피 관련 장비와 분위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혼자서 계속 하다 보니, 이건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한 번이라도 박람회에 손님이 아니라 업체로 참가해본 분들은 잘 알 것이다.
최소 2박 3일에서 3박 4일 정도 이어지는 출장.박람회 시작 전 각종 커피 장비와 물품 세팅.
그리고 아침부터 끝날 때까지 서서 고객들을 응대하고 설명해야 하는 시간.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꽤 지치는 일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박람회에 매번 참가하시는 분들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고생 많으시다고 이야기드리고 싶다.그렇게 혼자 박람회를 다니다가 시즌이 조금 잠잠해졌을 때, 회사에서 후임을 채용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들어오면 인수인계하고 나가야겠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 일이 마음처럼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번에는 나보다 조금 더 어린 남자가 슈퍼바이저로 지원했고, 채용이 되었다.
그 친구도 어린 나이였지만 커피 경력이 나쁘지 않았다.
교육을 해본 경험도 있었고, 레시피 개발을 해본 경험도 있어 채용된 것으로 보였다.
겉모습은 상남자처럼 생겼는데, 마음은 정말 여리고 순한 친구였다.
매장을 오픈하고,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옥 같은 오전 미팅을 견디면서 인수인계와 교육을 이어갔다.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 친구를 혼자 둘 수 없었다.
그 친구 역시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같이 한번 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눈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어떤 매장 오픈을 마무리하고 회사 전체 회식이 있었다.
회사 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모든 부서가 모였다.
처음에는 다들 일 외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끝이 났다면, 내가 이 회사를 이상한 회사로 기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표는 술이 많이 오른 듯 보였다.
정확히 어떤 상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식 분위기는 점점 불편하게 흘러갔다.
술잔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각 부서별로 훈계를 하기도 했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가 또 갑자기 가라앉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시끌시끌했던 회식 자리가 어느새 대표의 목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모든 부서별 상담 아닌 상담이 끝나고, 드디어 우리 슈퍼바이저 부서 차례가 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회식 자리에서 이 회사와의 인연은 사실상 끝이 났다.
후임은 울면서 자리를 나갔고, 모든 부서는 쥐 죽은 듯 조용히 우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5화에서 계속.